요즘 지인들을 따라 아크스페이스를 하고 있는데 평소 즐기던 게임과는 다른 재미가 쏠쏠하다. 아크스페이스는 턴을 소모하며 진행하는 우주 전쟁을 소재로 한 웹게임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게임을 하냐면, 부르마블의 토지격이 되는 행성을, 탐사하든 지 다른 플레이어의 행성을 점령하든 지 해서 계속 모은다. 그렇게 모은 행성에다가 공장, 연구소, 군기지를 설치할 수 있는데, 이 건물들은 각각 세 가지 자원을 준다. 이 세 가지 자원으로 함대를 구성하여 자신의 우주국가를 더욱 발전시켜 제국이라는 공공의 적을 없애면 되는 것이다.
게임 방식은 이렇다. 그러나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이러하다. 게임의 서버가 미국에 있는 지라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소속된 평의회에는 한국 지인들이 꽤 있긴 하지만 다른 외국 인원들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물리적 거리의 차이 때문에 주로 게임하는 시간대가 다르다. 그럼으로 해서 내가 게임하는 순간은 외국 플레이어들이 자는 시간이고, 외국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 우리는 자고 있게 되는 것이다. 자고 있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하면 어떤 플레이어가 게임을 안 하고 있더라도 우주의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며칠 전에도 잠을 자는 동안 습격을 받아 행성의 대부분을 뺏겨 복구에 열을 올린 적이 있다. 의도한 부분은 아니겠지만 플레이어에겐 나에게는 이런 것마저도 일종의 게임으로 받아들여진다. 재밌는 현상이다.
어느 날 게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어 이 게임의 irc 채팅 서버로 접속한 적이 있다. 예상대로 미국인들이 바글바글했다. 영어 대화는 아직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볍게 인사만 나누고 대화를 잠시 지켜봤다. 그때였다. 그들의 대화 중에 'korean coding'이라는 전혀 상상치 못한 단어가 나온 것이다. 지인들이 이 사실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을까 궁금하여 물어봤더니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외국에서 만든 줄 알았던 이 게임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믿기지가 않았다. 너무 놀라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IMF시기였던 90년대 후반 한 작은 IT회사가 있었다. 마리텔레콤. 이 게임을 만든 것의 이름이다. 마리텔레콤은 단군의 땅이라는 머드 게임으로 출발하여 경제대국 미국에까지 깃발을 꽂았던, 언론사들이 추앙하는 중소기업의 선두주자였다. 유저들은 회사의 경영자를 '대모'라 칭하며 굉장한 찬사를 보냈다. 엄청난 인기였다. 외국에 서비스를 시작한 지 오래지나지 않아 몇 십억대의 광고 매출을 올렸고, 회사는 장차 커질 것에 대비하여 즐거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자금난이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고 끝끝내 회사는 궁지에 내몰렸다. 결국 마리텔레콤은 문을 닫았고. 게임들은 모두 봉인되었다.
그 게임이 지금 내 앞에 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그렇게 덩그러니.
마리텔레콤 대체 너의 정체는 무엇이냐. 어떻게 10년 전에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냐. 어떻게 이런 훌륭한 게임을 만들고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릴 수가 있나.









